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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plapla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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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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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plaplacp [userpic]
화자 S의 시시한 이야기

J.
수연언니는 예민하면서도 무심합니다. 특히 자고 있을 때 떠드는 걸 싫어해요. 새침한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하고서 불같이 짜증을 냅니다.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말이죠. 하이톤으로 소리 지르면 귀가 얼얼해져요. 나는 그런 수연언니가 무섭다고 생각해요. 물론 무섭다고 말하지는 않아요. 하나마나 플러스 마이너스 되는 게 없기 때문이에요.
신기한 건, 예민하긴 한데 또 그만큼 무디다는 겁니다. 무심하다고 하는 게 맞을까요. 귀차니즘의 화신이라고 해야할까요.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니면 모조리 잊어버립니다. 심지어 방금 전에 말한 것도 기억하지 못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서너번 말했을 때에야 관심을 조금 가집니다. 그것도 잠깐이고, 다음에 다시 말하면 그런 일이 있었냐는 얼굴로 나를 빤히 봅니다.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장 싫다고 생각하는 건, 자기가 좋을 때만 애교를 부리는 겁니다. 아니면 바라는 게 있을 때나. 아이잉, 하는 부담스러운 애교를 보게 될 때면 나는 한없이 약해지고 맙니다. 비위가요. 나는 비위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느글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서 냉장고를 열고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노라면, 수연언니가 나를 힐끔 보고 이렇게 말해요. 나도 물 한 잔만.
수연언니는 귀여운 걸 싫어해요. 자기는 섹시한 게 좋다나 뭐라나. 그래서 집에 있는 키티나 토끼 인형들을 커다란 상자에 넣어서 구석에 치워놓곤 해요.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언제 치웠냐는 듯 커다란 키티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면 수연언니는 짜증을 냅니다. 이따위 키티 찢어죽여버리겠다고 해요. 전 가끔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있어요. 휴대폰으로 112를 누르려고 했던 적도 있는데, 이건 무덤까지 비밀로 간직할 생각이에요.

T.
키티의 주인, 미영언니는 무딘데 눈치도 없습니다. 그런데 예민해요. 나는 당최 이게 무슨 조합의 성격인지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그래요. 바닥에 굴러다니는 키티는 미영언니가 꺼내놓는 거예요. 우리 키티, 우리 키티하면서 머리 큰 고양이를 껴안고 뽀뽀를 해댑니다. 솔직히 저 고양이 인형이 부럽다고 생각해요.
우리 키티.
미영언니가 키티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어서, 제가 부러운 듯 쳐다봤더니 미영언니가 손바닥만한 키티 인형을 제게 선물로 줬어요. 참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연언니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흘겨보더니 미영언니의 키티 인형을 저어기로 던져버렸어요. 미영언니는 울상이 되어 왜 그래, 하고 수연언니에게 소심한 반항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미영언니에게 받은 키티 인형의 수염을 손으로 뜯으며 또 시작이네, 하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수연언니는 그딴 키티 불 태워버릴 거야. 하고 호언장담하더니 어디서 라이터를 들고 옵니다. 물론 불이 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영언니가 애교를 부리며 안겨들면 귓불이 새빨개지거든요. 수연언니는 팔불출일지도 모릅니다. 아, 그냥 자리를 피해야겠어요. 더는 못 보고 있겠습니다.
이 다음이 궁금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나는 그들을 지켜보는 팀의 막내에 지나지 않고, 이것은 그냥 시시한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내가 미영언니를 좋아한다는 것은 비밀입니다.